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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일기를 뒤적여보니 “8월 1일, 이국 땅에서 8월의 첫 날을 열다”라고 쓰여 있다. 여행 막바지였기 때문일까, 일기 곳곳에 아쉬움과 설레임이 함께 묻어난다. 여름의 무르익음을 온 몸으로 느껴야 하는 이번 여행 일정에서 가장 고역이었던 것은 바로 ‘차 타고 이동’ 이었다. 그 중에서도 민풍을 떠나 사막공로를 거쳐 쿠차까지 가는 길은 장장 12시간의 사막 종단 대장정이었다. 초원을 지나 사막길의 시작 ![]() 변하지 않는 사막의 풍경. 도로 양쪽에는 모래를 막기 위한 방풍초가 마름모꼴 모양으로 낮게 자라고 있었다. 중간에 내려 사진을 찍던 일행은 사구를 넘다가 끝이 안보여 돌아오기도 했다. 분명 제일 높은 사구였는데 올라가 보니 끝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이 손톱만한 점으로 보였다. 막막한 우주에 떨어진 먹먹한 기분이 되었다. 모래 바람이 얼굴에 부딪혀 손으로 쓸어내리니 서걱거리는 모래가 가득 묻어 나왔다. 출발한지 3시간만에 사막 가운데 위치한 주유소에 도착했다. 3시간동안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고, 파는 물이 있었고, 배를 채워줄 식당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사막의 모래 속으로. 아이스크림 광고에 나오는 젊은이들처럼 한층 들떠 누런 열기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4시간쯤 달리자 조금씩 쓰러진 호양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 중국 내륙에서 가장 긴 타림강의 타림대교를 건넜다. 타림강은 호탄강과 만나 로프노르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젖줄이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호양보호림’ 앞. 1992년 강택민의 방문이 있었고, 이를 기념하는 1,600년 된 호양목이 기념수로 서 있었다. 사막의 끝, 물의 소중함 쿠처에서의 하루는 무척 짧았다. 그 동안의 일정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비중을 둬 비교적 여유로웠다면, 이 날 하루만큼은 ‘관광여행’이었다. ![]() ‘관광여행’으로 짧기만 했던 하루 삶은 어디에도 있다 ![]() 2002.7 - 대학주보 ![]() 카스를 떠나 호탄으로 향하던 날은, 여행을 시작한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어느새 후덥지근한 바람과 쨍쨍한 햇빛에 익숙해졌고, 먼지가 많이 섞인 바람에도 콜록이지 않게 되었다. 하루종일 차로 달려 호탄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도요타 흰색 봉고를 타고 썬글라스를 쓴 이방인으로 그들의 삶에 끼어들지 않게 되어 다행이었다. 여전히 ‘낯선이’로 스쳐지나가겠지만, 차창 밖으로 게으르게나마 사람과 자연을 관찰하고 지켜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본 지평선 사막 곳곳의 모습들 ![]() 백옥강은 휘돌아 흐르고 현대식 상설시장…낙후된 박물관 ![]() 위구르족 일반 가정의 모습 ![]() 2002. 7 - 대학주보 ![]() 카쉬가르. 어릴적 보았던 동화에 나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의 도시. 우루무치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를바 없는 분위기였다면 신강 서부의 중심지로 자리하고 있는 카스는 더욱 위구르족의 냄새가 나는, 그래서 낯설지만 이국적인 느낌의 도시다. 우루무치에서 침대칸 기차로 꼬박 1박 2일을 달려 도착한 카스는, 뜨거운 태양에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듯한 아스팔트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인민광장에 거대한 모택동 동상이 서 있는 모습과 화려한 빨간색 장식들은 역시 이 곳도 중국이구나하는 느낌을 주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에 서구적으로 생긴 위구르족들이 대부분인 도시는 분명 색다름이었다.
바자르 따라 흐르는 활기 바자르. 옛적 명성은 사라지고, 허름하게 웅크리고 있는 카스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곳. 시장을 의미하는 바자르 중에서도 일요일에 열리는 선데이 바자르가 유명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5일장쯤 될까. 비가 추적거리는 일요일 오전, 행여 사람들이 장을 찾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에 그치고 말았다.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걸까. 당나귀나 말이 끄는 마차에 처음 보는 각종 과일과 야채를 싣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날씨는 개고,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을 따라 난전을 펴고, 물건을 사고 팔며, 흥정을 하고 음식을 먹으며 일요일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의 정겹고도 생생한 모습. 흙먼지 날리는 길에는 사람과 당나귀와 말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택시와 위구르족들을 나르는 낡은 버스들이 엉켜 있다. 무질서나 어지러움 대신, 시끌시끌한 사람들 소리에 찢어질 듯한 클락션 소리마저 정겹고, 뜻을 알 수 없는 호객꾼의 몇마디에도 맞받아 치고 싶어질 정도로 일행은 모두 신이 났다.
먹을거리, 볼거리, 즐거운 거리 바자르에는 난전이 제멋대로 펼쳐져 있지만, 비슷한 것들을 파는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다. 과일, 그 중에서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멜론이나 수박, 하미과류의 과일들은 한데 모아 놓고 팔고 있었다. 천, 수공예 카페트를 모아 놓고 파는 곳은 특히 큰 규모다. 붉은 천막 안에서 천을 파는터라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답답했지만, 이슬람틱한 무늬의 천과 다양한 카펫은 사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눈요기가 된다. 바자르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먹을거리. 우리네 시장귀퉁이에서 서서 먹는 순대보다 못할 것이 없다. 우리돈 80원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든 시원한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역시 같은 값에 양고기 꼬치구이를 먹어볼 수도 있다. 포장마차처럼 이것저것 먹을 것을 쌓아놓고 손님을 받는 곳도 있고, 국수나 양고기를 파는 꽤 큰 식당도 있다. 양말이나 작은 장식물을 파는 어린이들, 소풍 나온 것처럼 어슬렁거리는 대규모 가족, 당나귀 마차에 누워 잠이 든 청년, 그리고 담배를 말아 피우며 말참견하는 할아버지까지. 꼭 무언가를 사고 팔지 않아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 나온 물건들을 신기한 듯 체험해보며 그렇게 그들은 남녀노소 모두 모여 장을 벌이고 있었다. 약속이나 한 듯 일요일이 되면, 예전에는 동방에서 온 사람들과 서방에서 온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곳에 나와 일상과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바자르가 활기라면, 같은 도시 안에 경건과 엄숙이 베여있는 곳도 많다. 신강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도 이 곳에 있고(Etigar Mosque), TV에서 황제의 딸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건륭제의 애첩 향비의 묘도 이 도시에 있다. 성지를 향해 끊임없이 절을 하며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위구르족들은 그들의 마음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 곳 카스에서 안식을 얻고 돌아간다. 여행객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도시화가 이뤄진 우루무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위구르족만의 옛스러움이 있고, 지금은 호텔로 쓰이는 옛날 러시아 영사관에서 하룻밤 묵으며 역사 속을 걸어가는 듯한 뿌듯한 느낌을 맛볼 수도 있으며, 카스를 찾는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존슨카페의 낭만을 즐겨볼 수도 있다. 이국적인 사람들과 거리, 그리고 다를 수밖에 없는 그들의 문화. 그 안에서 이방인의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았던 도시. 하지만 쇠락해간다는 느낌보다는 여전히 멋스럽고 찬란한 도시의 이미지를 갖춘 카스. 양고기와 맥주와 노천카페의 소란스러움으로 달래는 카스의 밤은 짧지만 가장 환히 빛나고 있다. ![]() ◎ 카스 소개 위구르족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곳. 타림분지 서쪽, 파미르고원 북동쪽 기슭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 동서 문물의 접촉지, 교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려오던 카스는 오늘날에도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교통의 요지로 남아, 17개 소수민족의 다양성을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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